문화

[스크랩] 영화 <왕의 남자>, 원작 연극 <이>와 비교분석

유진선데이 2006. 1. 4. 13:25

하나의 이야기를 영화와 연극으로 본다면, 그 재미는 두배가 된다. 지난 2000년 연극계의 수많은 상을 휩쓸었던 수작 연극 <이>가 이준익 감독에 의해 <왕의 남자>라는 제목을 달고 12월 29일 개봉한다.

 

 

영화 개봉과 함께 다시 무대에 올라온 공연은 뒤늦게 들이닥친 관객들로 인해 앵콜 연장공연이 결정됐다. 믿을 수 있는 원작의 힘과 연극과 영화의 서로 다른 매력을 맛 볼 수 있는 영화 <왕의 남자>와 연극 <이>. 두 작품의 공통적 장점과 차별적 매력에 대해 알아보자.

 

연산군의 비극적 삶과 사랑 vs 신명나는 한판 마당놀이

 

 

연극 이(爾:왕이 신하를 높여 부를 때 쓰는 호칭)는 조선조 연산군과 그의 총애를 한몸에 받아 종4품이라는 지위까지 오른 궁중 희극인 공길의 기묘한 관계에 집중한다.

 

아버지 성종에 대한 열등감과 어머니 폐비 윤씨에 대한 그리움으로 폭정을 휘두르는 연산군은 장녹수의 치마폭과 공길의 희극을 오가며 마음을 달랜다. 반면, 영화 <왕의 남자>는 연극에서 다소 비중이 약했던 공길의 파트너 장생의 존재를 전면 부각시킴으로 고달픈 삶을 신명나게 살다간 광대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바른 말을 하면 목숨이 날아가는 시대, 광대짓을 통한 풍자와 해학만이 진실을 말 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던 것. 영화는 연산군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극이 주는 굵직한 감동을 전한다.

 

지적 매력의 야심가 vs 여자보다 아름다운 꽃미남

 

 

연극 <이>에서 공길은 왕의 동성애적 총애를 이용하여 천민신분을 벗어나려는 야심가이다. 그는 왕에게 정치적 조언까지 할 정도로 지적인 인물이며, 궁중 희극인들을 강압적으로 다루는 독재자이기도 했다. 결국 친구 장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권력에 다가가던 그는 장녹수의 모함으로 위기에 처하게 된다.

 

반면, 영화에서 그려지는 공길은 남자들마저 넘어갈 만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마당놀이에서 여성 역할을 담당하는 꽃미남이다. 외모에 어울리는 유약한 심성의 그는 외로운 폭군인 연산군에게 연민을 느껴 궁에 남고자 한다. 중성적 매력을 가진 신인배우 이준기가 공길 역을 맡아 설득력있는 연기를 펼친다.

 

감칠맛 나는 재담 vs 역동적인 놀이판

 

 

무대이동이 제한된 연극의 한계를 연극 <이>는 배우들의 걸쭉한 입담으로 극복한다. 주연배우들에 집중하여 전개되는 영화와 달리 연극은 궁중 희극인들이 연산군과 장녹수, 탐관오리를 소재로 벌이는 놀이판을 여러 번 등장시킨다. 반면, 영화는 연극에는 나오지 않는 외줄타기 등의 볼거리로 스크린에 역동성을 불어넣는다. 놀이판을 빠르게 훑어가는 카메라 워크를 비롯하여 말을 타고 날아드는 활을 피하는 장면에서 특수효과를 적극 활용한다.

 

생존하려는 전략가 vs 질투심에 불타는 여인

 

 

장녹수는 연극과 영화에서 전형적인 팜므파탈로 그려진다. 그녀는 연산군의 어머니 폐비 윤씨의 흉내를 낼 만큼 영악하다. 그러나 연산군의 마음이 공길에게로 쏠리자, 그녀는 공길의 서체를 이용해 거대한 모함을 준비한다.

 

연극에서 장녹수는 생존을 위한 도구로 연산군을 바라본다. 반면, 강성연이 연기하는 영화 속 장녹수는 연산군을 사랑하고 공길을 질투하는 여인이다. 두 캐릭터의 상반된 모습은 반란이 일어나는 날 명확하게 드러난다.

 

연극의 장녹수는 생존을 위해 도망가다 살해당하는데 반해, 영화 속 장녹수는 연산군 곁을 끝까지 지키며 최후를 맞는다.






출처 : 영화 <왕의 남자>, 원작 연극 <이>와 비교분석
글쓴이 : 무지개중 막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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