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다섯 단어로 뼈대를 이루고 있다. 억압, 배반, 신념, 투쟁, 자유.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니 별도의 찬사는 거두기로 한다. 리뷰를 하나 더 보태는 일도 새삼스럽다. 솔직히 자극 강한 화면에 길들여진 관객에게는 심심한 영화다.
다만, 황금종려상이 재미를 보증해 주진 않지만 뭔가 선물을 안긴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칸 심사위원들을 다시 신뢰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 멀고도 가까운 이름, 아일랜드
내게 아일랜드라는 나라는 기네스 맥주로 각인되었다. 10년 전쯤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 지하의 `오킴스’ 바(bar)에서 이 기묘한 술을 처음 만났다. 맥주 하면 샛노란 오줌 색깔이기 마련인데, 기네스는 크림처럼 풍부한 거품에 색깔도 검었다. 1차의 술기운을 얹고 간 나에게 그 흑맥주는 꽤나 도발적이었다. 이후 약간의 겉멋을 부려야 하는 날에는 기네스를 마시곤 했다. 독특한 색깔에다 값도 비쌌으므로 분위기에 취하고 싶은 날엔 기네스가 제격이었다.
라이언은 부대사로 승진해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성 패트릭의 날’(3월17일)에는 어김없이 내게 초청장을 보냈다. 성 패트릭은 아일랜드를 세운 조상으로, 매년 30여 개국에서 그를 기리는 행사가 현지 아일랜드인들에 의해 진행된다.
한동안 잊고 있던 아일랜드는 올해 ‘뉴스’와 ‘영화’로 다시 내게 다가왔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삶의질 세계 4위 국가로 평가 받았다(한국은 20위권 후반이었는데, 확인하고 싶지는 않다).
또 하나,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을 다룬 켄 로치 감독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올해 영화계를 흔드는 바람이 되었다. 과거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보고 가슴 속 필라멘트가 가늘게 떨렸다면, <보리밭~> 역시 그만큼의 전율을 안길 것이다. <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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