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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G마켓'… "옥션이 하면 우리는 안 한다"

유진선데이 2005. 9. 7. 18:28

게릴라 전략으로 승승장구

 
 글 : 서광원 기자

 


 

 기원전 218년 지중해를 호수로 여기며 성장을 구가하던 로마 제국은 한순간 혼란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이끄는 대군이 로마의 코앞에 나타났던 것. 제2차 포에니 전쟁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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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은 쟁쟁한 대기업 계열 사이트 몰들을 제치고 경매 분야 2위를 달리고 있다. 구영배(앞줄 가운데)사장과 사원들.
코끼리를 앞세운 한니발의 2만6000명의 군대에 허를 찔린 로마는 전전긍긍했다. 설마 알프스산맥을 넘어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로마의 승리로 끝나기는 했지만 이후 17년 동안 로마는 허를 찔린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바로 이런 상황이 요즘 국내 인터넷 경매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G마켓(gmarket.co.kr)이라는 업체가 이 시장의 절대강자인 옥션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G마켓은 지난해 10월 회사명을 ‘구스닥(Goodsdaq)’에서 ‘G마켓’으로 바꾸더니 ‘알프스’를 넘어 ‘로마’ 격인 옥션의 코앞에 자신을 드러냈다. 조용한 출현이 아니었다. G마켓은 한니발처럼 전격적이고 ‘요란하게’ 자신을 알렸다.


 
시작은 지난해 11월 1일 여타 인터넷 쇼핑몰을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다는 내용의 도발적인 지하철 광고였다. 이후 12월과 1월에는 케이블TV와 극장에 광고를 걸었고 올 상반기에는 지상파 TV 광고까지 내보낼 예정이다. 이 또한 마치 로마 시내로 바로 진격하지 않고 주위를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던 한니발과 닮은 점이 많다. 그러자 소비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G마켓이 뭐 하는 곳이야?”

옥션의 약점에 주목

어느 정도 인터넷을 사용한 이들도 G마켓이라는 브랜드에 익숙하지 않다. 신생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막 출범한 회사는 아니다. 이 회사는 2000년 4월 인터파크의 사내 벤처인 구스닥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벤처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파크의 사내 벤처였으니 미미한 시작이었다. 이에 대해 구영배(39) 사장은 “투입된 자금이 20억원이 채 안 됐는데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래저래 쓰다 보니 마케팅에 쓸 돈이 거의 없었다”며 “2003년 11월에야 하루 매출(거래액 기준)이 3억원에 달했을 정도였다”고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했다.

하지만 자본력 없는 이 작은 기업은 압도적인 1위 업체 옥션의 약점에 주목했다. 지나친 구매자 중심 시스템이 판매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음을 간파했다. 규모가 대형화되면서 거래 절차가 복잡해진 것도 눈에 띄었다. ‘강자’라는 위치가 주는 ‘자만심’도 약점으로 보였다.

이 후발주자는 ‘추천식 경매’ 같은 아이디어를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가장 높은 액수를 써낸 사람이 ‘당첨’되는 것이 경매지만 추첨식 경매는 판매자가 일정 범위를 정한 다음 그에 해당하는 액수를 써낸 이들을 모두 당첨자로 했다. 이 방법은 일종의 공동구매 효과를 가져와 ‘많은 사람이 싸게 살 수 있다’는 강점을 만들어줬다.

더구나 이것이 미끼상품화되면서 북적거림이 늘어났다. ‘흥정 경매’ ‘양방향 경매’도 이렇게 생겨난 주무기다. 선발주자의 약점을 틈새화하고 자신의 강점으로 연결시켰던 것이다.

온켓의 ‘희생’을 넘고 넘어

“그대로 따라가면 성공하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대형 사이트들이 등장했지만 거의 망가졌지 않습니까. 온켓 같은 사이트들은 모두 옥션을 모방해 안 된 예입니다. 우리는 우리 것을 만들었어요. ‘옥션이 한다? 그러면 우리는 안 한다’는 게 모토였죠.” 덕분에 2월 현재 G마켓의 성적은 1년 전에 비해 일취월장했다. <표 참조>

눈여겨볼 것은 이런 강력한 차별화를 실행하면서도 가능한 한 ‘강자’ 앞에 얼씬거려 ‘적’이 되지 않았다는 점. 이에 대해 구 사장은 “일정 부분 의도적인 게릴라형 마케팅을 구사하기는 했다”며 “하지만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고 꾸준하게 노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카운터 전략(맞서기 전략)을 구사할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되도록 자제했다”며 “이제는 은둔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아직도 ‘완전한 전략 공개’를 꺼리지만 어쨌든 ‘어느 날 갑자기’ 전략은 적절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일단 눈에 보이는 효과는 인터넷 경매시장을 옥션과 G마켓 양자 구도로 굳힌 것이다. G마켓이 “점유율 28.74%로 옥션에 이어 2위”라고 떠들썩한 홍보를 하면서 소비자들은 ‘아, 이제 인터넷 경매는 옥션과 G마켓밖에 없구나’ 하고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G마켓의 부상에는 온켓의 희생이 있었다. 옥션의 방어에 밀려 추락했지만 온켓은 적극적인 시장 진입 전략으로 옥션의 시장 고착화 전략을 일정 부분 흔들어 놓았다. ‘1위는 어디, 2위는 어디’ 식으로 시장이 고착되면 후발주자는 소비자의 머릿속에 들어가기가 힘들어진다.

그런데 온켓이 이 구도를 흔들면서 소비자들은 ‘1위는 알겠는데 2위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용케 이 틈을 비집고 들어선 G마켓은 이제 거꾸로 2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이 전략은 주효하고 있다. 대신 온켓은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인수돼 2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그리고 조직이죠.” 슐렘버저라는 유명한 석유 탐사개발 회사에 다니다 6년 전 모회사인 인터파크에 합류했던 구 사장은 의외로 “온라인 사업에는 조직의 치열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간만 나면 성공에 대한 열정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구 사장이 강조하는 ‘치열함’은 ‘으샤으샤’ 문화가 아니다. 정확하게 업무를 정의·실행하고 명확하게 성과를 측정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객관적인 측정 수단을 통해 확실한 평가와 보상을 한다. 이 회사는 연봉제를 실시하지 않는다. 기준 연봉이 있긴 하지만 성과급이 20~40%를 차지한다. 김미영 대리는 “기본 업무에 다른 일을 더 하는 ‘크레디트(Credit)’라는 제도가 있는데 이걸 하면 월급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치열한 조직이 필요하다

G마켓은 얼마 전 ‘실탄’도 넉넉하게 갖췄다. 지난해 11월 미국 투자회사인 오크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에서 760만 달러(약 80억원)를 유치한 것. 사업 성공에 필요한 세 가지는 물론 한 가지를 더 갖춘 것이다.

“얼마 전만 해도 옥션이 콧방귀도 안 뀌는 것 같더니 이제는 많이 달라졌어요. 거래처 등을 통해 우리 사정을 구체적으로 묻고 있습니다. 일부 거래처에는 ‘G마켓과 거래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는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지금까지는 조용하게 따라가기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한편으로 따라가면서, 또 다른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뿌리쳐야 하기 때문에 훨씬 긴장됩니다. 진짜 게임이 시작된 거죠. 앞으로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질 겁니다. 우리는 아직 성공에서 멀리 있거든요.”

구 사장은 “2위가 목표 아니냐”는 질문에 펄쩍 뛰었다. “목표는 1위입니다.” 단호하게 대답한 그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우리는 옥션과 다릅니다. 옥션과 확실히 다르고, 달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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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2005년 02월 22일 779호 / 2005.03.16 15:16 입력


 


 
가져온 곳: [Fragrance of a good man]  글쓴이: krish 바로 가기